1. 개요
한국의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필수 서비스입니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2005년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110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장애인활동지원법’이 제정되고, 2011년에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면서 현재의 활동지원제도의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자립생활’ 개념이 견고하게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교적 빠르게 성장해 온 탓에 서비스 제공자, 서비스 수혜자 측면에서 여러 미비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한국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 (문제점 1)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 불충분
2023년 2월, 80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여성장애인이 엄마가 병원에 간 사이에 집에서 화재가 나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2021년 11월에는 관악구의 다세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하반신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두 명의 사망자 모두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는 심한 장애인이었습니다. 이 사고는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해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없이 혼자 방치된 시간대에 일어난 사고라는 점에서 일부 장애인 단체에서는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 확대를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대상자를 1구간에서 15구간으로 구분하고, 1구간 기준 월 최대 480시간 까지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일 평균 16시간만 지원하게 되는 것이고, 심야 시간 동안 가산 수당 계산으로 인해 차감되는 시간이 1.5시간인 것을 감안 한다면 일일 지원시간은 더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1인 독거 가구 중 와상‧사지마비 장애인, 호흡기 장애인 등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시간 동안 사고가 발생한다면 즉시 대응이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의 공백을 메우고자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추가 시간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이마저도 충분하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조달 능력에 따라 제공하는 시간이 달라 장애인이 거주지를 옮기게 될 경우 기존 지방자치단에서 제공 받았던 서비스가 중단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3. (문제점 2)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판정체계 미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시행하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이 점수에 따라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이 차등 지원됩니다. 그러나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기준이 되는 ‘조사표’를 보면, 의학적 판단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 개인별 장애 유형이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물 넘기기, 구강청결’ 등을 혼자서 할 수 있느냐에 따라 활동지원 시간이 제공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신체적 기능은 상대적으로 완전한 정신장애인, 지적장애인 등은 충분한 활동지원 시간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4. (문제점 3) 65세 이상 신청자에 대한 서비스 배제
현행법 상 만 65세 이후 첫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에 대해서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는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통해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65세 이전에 장애 판정을 받고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라면 65세 이후에도 서비스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 활동지원 시간 대비 장기요양 서비스 시간이 적고, 지원되는 서비스의 영역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65세 이상 장애인들에게도 동등하게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5. (문제점 4) 장애인 활동지원사 전문성 부족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대상자 마다 장애 유형이 다르고 욕구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제도의 정착 과정이 짧은 만큼 장애인 활동지원사 양성 체계도 세밀하지 못해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전문성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총 5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됩니다. 실습 시간도 충분하지 않고 자격시험도 치러지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아 전문성이 낮은 지원사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격 취득 요건을 높이고, 이후의 전문성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도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6. (문제점 5)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열악한 처우 및 중증 장애인 기피 현상
한편, 장애인 활동지원사로의 진입장벽은 낮지만, 열악한 처우 문제와 중증 장애인 매칭 기피 현상 등으로 인해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요양보호사에게 인정되는 근속가산금은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휴식권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법정 근무 시간 8시간이 넘어가면 연장 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법정근로시간 준수와 법정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여러 개의 활동지원 기관과 계약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가사 활동, 신체활동, 사회활동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 중 중증장애인은 신체활동 서비스의 이용률이 높은 반면,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사회활동과 기타 서비스의 제공을 선호합니다. 따라서 장애인 활동지원사들이 신체활동 서비스가 힘들다는 이유로 중증 장애인의 서비스 의뢰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중증 장애인들의 활동지원사들에게 가산 수당을 제공하여 매칭을 유도하고 있지만 가산수당 자체가 낮아 유인 효과가 미미합니다. 이 밖에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의 본인부담금과 낮은 서비스 단가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필수조건인 만큼 문제점에 대한 개선 노력을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 지방자치단체, 활동지원 기관이 힘을 합쳐야 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