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애인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
그간 장애인에 대한 복지 패러다임은 3단계에 걸쳐 변화하였습니다. 먼저 수용과 보호를 위한 시설화의 개념에서 출발하였다가,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맞춘 지역사회 재활개념으로, 최근에는 장애인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본인의 삶을 계획하고 선택하는 자립생활의 이념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시설 수용 중심의 초기 단계는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여 장애인의 인권을 무시한 비인도적인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지역사회 보호 차원에서 훈련과 교육에 중점을 두는 재활서비스 개발단계로 발전하였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장애인이 격리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장애를 변화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장애를 장애인 본인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환경적 요인의 문제로 접근하고 이를 변화시켜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현재의 자립생활 개념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2. 장애인 자립생활 의미
자립생활 운동은 1970년대 미국의 중증장애인인 애드 로버츠(Ed Roberts)와 UC 버클리 대학교 동료들, 장애인 자조 그룹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자립’이란 장애인이 아무런 도움 없이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한 지원을 받으면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주체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장애인 자립생활 개념 분석
첫째, 자립생활 개념의 핵심은 ‘장애인 당사자주의’입니다. 장애인의 문제와 욕구는 의사나 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가가 아니라 장애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은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본인의 삶을 계획하고 선택하는 능동적인 주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장애인이 직접 도움을 관리합니다. 이는 장애인에게 서비스 주도권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도움을 받고 살 듯이, 장애인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도움이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애인이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것인지는 장애인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셋째, 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한 개인의 삶 전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장애인 욕구가 충족되려면 단편적인 서비스가 아니라 일자리, 활동 지원, 주거, 사회적 관계 등 장애인의 손상 정도와 주변 환경, 개인 취향에 맞게 전 생애에 걸쳐 제공되어야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가능합니다.
넷째, 장애인은 지역사회와 완전히 통합되어야 합니다. 명목상 통합을 외치면서도 현실적으로 분리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립생활’이 지향하는 통합이란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일체가 되는 문화적 통합을 지향합니다.
4. 자립생활 지원시설
애드 로버츠는 자립생활 운동의 하나로 자립생활 센터를 처음 설립하였습니다. 자립생활 센터는 장애인의 권익을 옹호하는 서비스와 타인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장애인 권익옹호 서비스는 동료 상담, 자립생활 기술훈련, 교육 및 홍보, 정보제공, 대변 활동 등이 포함되며, 자립생활에 필요한 지원 서비스에는 활동 보조 서비스, 주거 지원, 교통편의 지원, 복지혜택 상담 등이 있습니다.
자립생활 센터의 운영 원칙으로는 크게 ‘소비자 주도, 지역사회 중심, 전 장애 유형 포괄, 비 거주시설, 비영리기관’을 들 수 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상세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운영원칙 | 상세의미 |
| 소비자 주도 | 자립생활센터의 대표는 장애인이어야 하고, 주요 결정과정에 장애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
| 지역사회 중심 | 센터는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 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입지해야 한다. |
| 전 장애유형 포괄 | 특정 장애유형이 아니라 모든 장애 유형을 대상으로 활동해야 한다. |
| 비 거주시설, 비영리 기관 | 센터는 거주시설을 운영하면 안되고, 영리목적으로 운영해서도 안된다. |
한편, 미국 정부는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자립생활 센터의 요건으로 4가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첫째, 운영위원 중 과반수는 장애인이어야 합니다. 둘째, 주요 의사결정권자 중 한 사람은 장애인이어야 합니다. 셋째, 센터 직원 중 한 사람은 장애인이어야 합니다. 넷째,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자립생활센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우리나라의 자립생활 센터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