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장애인 복지 지원 정책의 패러다임이 ‘시설 수용 위주’에서 ‘탈시설과 지역사회 정착’으로 변화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위한 근거 규정을 조례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장애인 탈시설 조례 현황 및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 주민 청구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2. 장애인 탈시설 조례 현황
장애인 탈시설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조례의 입법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 형태는 조례의 제명에 ‘탈시설’을 명시하는 것이며, 두 번째 형태는 각 지역의 ‘장애인 자립 지원 조례’ 중 지원사업의 일부로 ‘탈시설 사업’을 명시하는 것입니다.
2.1. 조례 제명에 ‘탈시설’을 직접적으로 명시
2024년 3월 기준 ‘탈시설 지원’을 제명에 명시한 지방자치단체는 총 8곳입니다. 2020년 1월 1일 부산광역시를 시작으로 2024년 2월 경기도 평택시까지 총 8개 지역에서 ‘탈시설’을 조례의 제명에 명시하였습니다. 부산광역시, 서울 강서구, 경기 여주시, 경기 평택시의 4개 지역에서는 기존에 제정되어 있던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을 개정하여 제명과 본문에 ‘탈시설’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습니다. 한편, 광주광역시와 대전광역시 동구, 서울시, 전라북도의 4개 지역에서는 ‘탈시설 지원’을 위한 조례를 새롭게 ‘제정’하였습니다.
연번 | 법규명 | 제정일 (최초 개정일) | 특이사항 |
1 | 광주광역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 조례 | 2022.12.14. | 제정 |
2 | 대전광역시 동구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및 탈시설 지원 조례 | 2020.11.16. | 제정 |
3 | 부산광역시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조례 | 2020.1.1. | 기존 조례 개정 ※ 지방자치단체 최초 |
4 | 서울특별시 강서구 장애인 자립생활ㆍ탈시설 지원 조례 | 2021.12.31. | 기존 조례 개정 |
5 |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 2022.7.11. | 제정 |
6 | 여주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및 탈시설 지원 조례 | 2021.6.17. | 기존 조례 개정 |
7 | 전라북도 장애인 탈시설ㆍ자립생활 지원 조례 | 2023.11.10. | 제정 |
8 | 평택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및 탈시설 지원 조례 | 2024.2.20. | 기존 조례 개정 |
2.2. 장애인 자립 지원 사업 내용으로 ‘탈시설’ 명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을 제명에 명시하지 않고, 기존 자립생활 지원 조례의 일부 조항에 ‘탈시설’을 명시한 지역도 있습니다. 전라남도, 전라북도, 나주시, 대전광역시 중구, 부산광역시 금정구, 연제구, 영도구, 세종특별자치시, 신안군, 용인시, 울산광역시, 의왕시, 등에서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에 규정된 ‘지원사업’의 일부로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지원 또는 시설 거주 장애인의 탈시설 지원’ 등을 추가하였습니다.
3.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 조례 주민 청구
3.1. 서울시 주민 조례 청구
2024년 3월 21일 서울시 의회는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민 조례 청구를 수리하였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주민 조례를 청구하는 입장에서는 ‘중증 장애인의 경우 탈시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시설 입소를 통한 보호가 필요하다면서, 무분별한 탈시설은 자립이란 명분으로 중증 장애인의 주거 선택권과 거주 환경을 약화하고 있어 서울시의 탈시설 조례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장애인 탈시설 조례 폐지를 청구하는 주민 조례 청구는 2023년 5월 11일에 청구되었습니다. 약 7개월간 청구인 명부를 접수하고 이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한 결과 청구권 자격(18세 이상 서울시민), 청구권자 수(25,000명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여 최종 수리되었습니다.
3.2.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조례
그렇다면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조례의 주요 내용은 무엇일까요? 서울시 탈시설 조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던 서윤기 전 의원이 발의하여 제정되었으며 2022년 7월 11일에 최초 시행되었습니다. 서울시의 탈시설 조례에서 규정한 ‘탈시설 정의, 적용 대상, 기본 원칙, 지원 내용, 추진 사업’은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표 참조)
구분 | 주요 내용 | 관련 조항 |
‘탈시설’ 정의 |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한 장애인이 본인 의사에 따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 | 제2조(정의) |
적용 대상 | 거주시설 입소 장애인, 거주시설 퇴소 장애인 | 제3조(대상자) |
기본 원칙 | 보편적 자립생활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 관점에서 정책 추진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결정함 인권보장 최우선으로 함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에 필요한 충분한 공적 자원 지원 | 제4조(기본 원칙) |
지원 내용 |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민관협의체(자문기구) 운영 탈시설 지원사업 추진 및 필요 예산 지원 | 제6조(기본계획), 제7조(협의체), 제9조(예산 지원) |
추진 사업 | 주택 운영, 자립 지원, 활동지원 급여 추가 지원, 공공 일자리 제공, 거주시설 변환 지원, 조사 및 연구, 교육 | 제8조(사업의 범위) |
4. 마무리
장애인 탈시설을 위한 조례 입법 현황과 서울시 탈시설 조례 폐지에 대한 주민 청구, 서울시 탈시설 조례 주요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탈시설’문제는 이분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탈시설을 지원한다고 해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무조건적 폐쇄가 병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2023년 개최된 ‘제주지역 장애인 권익옹호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가정의 학대 피해로 인해 보호시설에 입소한 장애인의 절반 정도가 시설 퇴소 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모든 장애인이 홀로 설 수 있는 자립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무조건적인 시설 퇴소는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서울시 탈시설 조례에서도 시설 입소 금지나 시설 폐쇄를 명시한 규정은 없습니다. 오히려, 서울시는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과 지역에 정학하여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이 모두 본인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탈시설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애인 탈시설’은 다양한 주거 방식 중 하나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장애인 개인별 상황과 장애 유형, 주거 욕구에 따라 다양한 주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주거 선택권’ 또한 장애인을 위한 중요한 권리입니다. 현재 탈시설 조례나 정책에 대해 일부 장애인 단체에서는 시설 퇴소를 희망하는 장애인에 한정되는 일부 지원책임을 주장하며 ‘시설 입소 금지와 시설 폐쇄’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마치 ‘탈시설 정책과 조례’가 앞으로의 시설 입소를 막아버릴 것처럼 강렬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쪽의 치우쳐진 입장이 모든 장애인의 상황과 주거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조례와 정책의 ‘상징성’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들로 장애인 인권 보장과 자립 지원 정책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물게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